박용진 대변인, 오전 현안 브리핑
□ 일시 : 2013년 4월 10일 오전 10시 40분
□ 장소 : 국회 정론관
■ 대선평가서와 당원전수조사 발표한 4월 9일은 민주당이 새출발하는 날로 기록될 것
사실상 어제로 문희상 비대위의 역할은 마무리됐다. 문희상 비대위는 출범하며 세 가지 임무를 천명했다. 첫째가 대선평가, 둘째가 정치개혁, 셋째가 공정한 전당대회 관리였다. 어제로 대선평가위가 어제 평가서를 내놓고, 정치개혁의 일환인 민주당 혁신을 위한 당원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어찌 보면 화려한 이벤트와 눈에 띄는 기획 작품이 아닌 아프고 창피하더라도 당이라면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어제 한 것이다. 민주당 역사상 선거평가를 이렇게 철저하게 진행하고 발표한 적 없었다고 한다.
문희상 비대위는 평가과정에 대한 불개입 원칙에 따라 보고만 받고 토씨 하나 손대지 않은 채 발표했다. 언급된 당사자가 억울할 수도 있고, 평가 내용이 충분치 않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당이 한걸음 앞으로 나가기 위해 겪는 진통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어제 대선평가서는 모두가 알 듯 또 다른 분란이 아닌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기 바라고 있다.
역사의 평가는 누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정한 사실’을 재구성해 내기 위한 ‘불공정한 기억’의 기록일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평가 작업의 한계와 성과를 있는 그대로 봐주길 당부드린다.
더불어 어제 발표한 당원 전수조사 결과는 모든 이에게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210만 당원이라고 했지만 사실 4만 2천명의 당원만 당비를 꼬박꼬박 내는 상황은 당의 그늘을 보여줬다. 60년 정통야당, 10년 집권 경험의 제1야당이라는 화려한 수사 아래 감춰졌던 그늘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지만 문희상 비대위는 창피를 무릅쓰고 녹슨 갑옷 아래 숨겨왔던 당의 앙상한 맨몸을 국민 앞에 고스란히 드러내고 새로 출발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선평가서 발간이라는 반성의 시작, 당원 전수조사라는 혁신의 시작을 어제 날짜로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의 역사에서 어제, 4월 9일은 민주당이 새로 태어나기 시작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낸 문희상 비대위의 뚝심도 모두가 기억할 것이라고 믿는다.
문희상 비대위는 남은 마지막 한 개의 임무인 공정한 전당대회 선거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고 민주당의 새 출발인 5.4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겠다.
■ 박근혜 정부, 뭐든 해야 할 것 아닌가?
남북관계 긴장이 하루하루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에게 현 긴장국면 타개하기 위해 대북특사 파견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북특사 파견에 부정적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차분한 대응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좋게 평가하지만 특사파견 거부와 무대응 방침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답답하게 느낀다.
속수무책은 대책이 아니다. 무대책도 대책이라던 이명박 정부의 속수무책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상책, 중책, 하책 중 일이 벌어지고 나서 내놓는 대책이야 말로 하책 중 하책이다.
평화가 깨진 뒤 대책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진정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지금이야 말로 뭐든 해야 할 타이밍이다.
■ 정몽준의 ‘핵불장난론’ 대북대책 아닌 개인홍보 언론대책 수준
그러나 정부가 마련해야 할 대책 중 정몽준 대책은 반드시 열외해야할 대책이다.
정몽준 전 대표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2013 국제 핵정책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대안들로 생각”하자며 “북핵에 맞서 NPT 탈퇴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핵에 맞서 NPT 탈퇴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다고 말한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은 대북정책이 아니라 개인 홍보를 위한 언론대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또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을 이야기한 무책임한 발언이다.
그가 언급한 NPT 탈퇴, 전술핵무기 한반도 재배치 등은 대북정책이 아닌 개인적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핵불장난론 놀이’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에게 뭐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정몽준 카드는 상중하 대책 중에 끼지도 못할 그야말로 망국책(亡國策)이다. 그런 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은 카드놀이 테이블에 결코 앉혀서는 안 될 것이다.
■ 대처 전 수상의 죽음과 한국에서 활개 치는 대처들
어제 마가렛 대처 영국 전 수상이 타계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레이건 전 대통령 사망에 이어 그녀의 죽음으로 많은 인류에게 고통을 안긴 신자유주의의 한 시대가 저물어 가는 느낌을 받는다.
어제 저희가 즉각적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명복을 빈다는 말 이외에 따뜻한 말을 나눌 것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신이 전하는 영국 광산노조 진영의 “속시원하다. 오늘 아르헨티나 와인으로 건배할 것”이라는 반응과 달리 노동존중도 없고 복지도 누려본 적 없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마실 와인조차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너무나 오래 대처와 함께 살아왔고 지금도 대처가 대통령인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 대처가 맞서 싸웠던 노동조합이 위세를 떨치고 복지가 넘쳐 나서 큰일이라던 ‘영국병’은 한국에서는 아예 바이러스 수준으로조차 존재하지 못했다. 이제야 겨우 지난 대선에서 그 비슷한 주장이 공감대를 형성한 정도이다.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해서는 안 된다면 무릎 꿇고 호소하는 이상한 서울시장과 경영에 간섭하기는커녕 6년 동안 임금동결을 받아들인 진주의료원 노조를 강성노조라고 지칭하며 공공의료 포기를 선언하는 경남지사를 보면서 영국의 대처는 타계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크고 작은 대처가 활개를 치고 돌아다닌다는 생각이 든다.
대처 전 수상의 부음을 듣고 경상남도에서 활개 치는 홍모라는 대처의 마지막이 서울시장이었던 오모라는 대처의 마지막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그나마 조금 전 새누리당 최고위-중진연석회의에서 공공의료를 계속 지켜나겠다고 한 말씀은 천만다행으로 들린다. 영국 대처 전 수상의 마지막과 함께 한국에서도 온갖 대처들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2013년 4월 10일
민주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