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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하루/박용진의 오늘

[200109] 삼성 준법감시위에 대한 몇가지 문제제기

■ 삼성 준법감시위에 대한 몇가지 문제제기
- 삼성 준법감시위가 이재용 감형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가 1월말 출범합니다. 
준법감시위는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기업범죄 재발을 막고 준법경영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 주문에 따른 것입니다. 
오늘 오전 준법감시위원장으로 영입된 김지형 전 대법관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생명으로 삼고 삼성의 준법 감시자가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준법감시위의 운영을 앞두고 몇 가지 우려가 앞섭니다.

가장 먼저,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 임명이 과연 적정하냐 입니다.
김지형 위원장은 지난 2009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에서 주심으로 참여해 무죄를 선고한 장본인입니다. 삼성 에버랜드 사건은 1심과 항소심에서는 유죄였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무죄를 확정한 것입니다. 조준웅 삼성 특검 또한 당시 삼성 에버랜드 사건 무죄 판결은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삼성은 23년여에 걸쳐 온갖 불법과 탈법을 동원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삼성 에버랜드 사건이 시작점이고, 현재 이재용 재판의 핵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종결점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경영권 승계 작업의 시작과 끝에 김지형이라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준법감시위의 수장을 맡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요? 논리적, 정서적, 법리적으로 게다가 정치적으로도 무척 부적절합니다. 이에 대한 김지형 위원장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다음으로, 김지형 위원장은 준법감시위가 준법•윤리경영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준법감시위는 상법상 법적 기구가 아닙니다. 권한과 책임조차 명확하지 않은 준법감시위가 과연 삼성의 경영 관련 정보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까요? 남몰래 행해지는 탈법과 불법을 무슨 근거로 막을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삼성이 재벌총수 일가를 위해 모든 조직을 총동원하는 상황에서 준법감시위가 효과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준법감시위가 이재용의 집행유예를 위한 병풍이나 장식품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보여주기 식의 감시기관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됩니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대기업들이 총수를 위해 어떠한 불법도 마다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저질러진 불법 행위를 엄단하는 것이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입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에 촉구합니다. 
준법감시위가 이재용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감형 조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대법원은 2심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과 부정한 청탁을 인정했고, 이재용이 87억 원 상당의 뇌물을 대통령 요구에 편승해 적극 건넸다고 봤습니다. 특검은 양형 기준에 따라 최소 10년8개월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인데 만약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설치했다고 해서 이것을 핑계로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을 감형해주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감시기관을 만들어 범죄의 재발을 막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에 저질렀던 범죄가 용서되지는 않습니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주십시오.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삼성이 법을 지키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나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길일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내리고, 준법감시위는 앞으로 삼성이 또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할 것입니다. 
저 또한 재판부의 결정과 삼성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