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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생각과 글/박용진의 논평

박용진 대변인, 오후 현안브리핑 - 김기춘 실장의 애매한 “본인해명” 발언 “자진사퇴” 기대발언으로 보인다.

박용진 대변인, 오후 현안브리핑

 

□ 일시: 2013년 11월 26일 오후 4시 30분

□ 장소: 국회 정론관

 

■ 김기춘 실장의 애매한 “본인해명” 발언 “자진사퇴” 기대발언으로 보인다.

 

문형표 장관 후보자의 임명 문제와 관련된 김기춘 비서실장의 독특한 어법과 관련해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4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과 관련해서 "카드의 사용에 대해서는 (사전) 검증할 때 충분히 확인하지는 못했다"며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진 사항이어서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고, "검증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었다.

 

그러면서 오늘 유흥업소에서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에 대해서 "그 문제는 본인이 해명할 것으로 생각하고 아직 확인은 못 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여러 해명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국회에 충분히 해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본인 해명의 신빙성 등이 임명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만한 사안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게 무슨 말인가. 장관후보자의 추천과 검증, 임명을 주도한 인사위원장께서 ‘나몰라라’ 발언하시면, 문형표 후보자는 어쩌란 말인가.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면서 막강한 막후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법적으로 인사위원장을 맡아 인사검증과 추천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비서실장이 이렇게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게 정말 기가 막힐 따름이다.

 

게다가 인사검증의 책임과 해명을 국회에 떠넘기고 있는 듯한 태도는 권한은 휘둘러도 책임은 질 수 없다는 아주 해괴한 태도다.

 

청와대가 그동안 임명해온 인물들이 도덕적 측면과 자질 면에서 매우 부적격자가 많았고, 박근혜 대통령 인사가 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과정에 진행된 이번 장관 후보자 검증과 임명 과정이 이렇게 허술하고 무책임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김기춘 실장은 이번 문형표 후보자의 검증미비와 해명부족으로 인한 정국경색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문형표 후보자에게는 자진사퇴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문형표 후보자는 2009년 4월 9일, 문제의 업소에서 조 모 교수 외 8인이 참석했다고 하는 증빙자료를 제출했는데, 아직 이 8명이 누구인지,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의혹이 있는 만큼 문 후보자 본인이 자신이 있다면, 참석한 관계자와 음식의 종류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설마 “시실리”라는 이탈리아스러운 음식점에서 초밥이나 짜장면을 먹었을리 없고 업종에 맞는 음식이었으니 음식종류를 확인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고, 자신이 밝힌 자진사퇴 약속을 지키지도 못한 채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국회에도 부담만 안기는 일이고, 국민들 짜증만 도두는 일이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오늘 김기춘 실장의 “본인해명” 발언은 ‘내 책임이 아니고 임명 문제는 난 모르겠다’는 뜻이다.

 

이미 대통령이 지명을 했고, 국회 청문회까지 끝난 후보에 대해 인사추천을 주도한 인사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사실상 ‘선긋기’이자 ‘자진사퇴’를 은근히 촉구했다는 말과 다름없다.

 

학자 출신인 문 후보자가 정치권의 어법을 잘 못 알아들을 수 있어서 확실히 말씀드리는데, 김기춘 실장의 발언은 더 이상 정치권과 대통령에 부담주지 말고 깔끔하게 자진사퇴 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미 당 명의로 문 후보자를 고발했고, 이 사안이 검찰 수사까지 가야 할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문 후보자의 현명한 판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청문회는 요식행위, 야당비판은 잔소리로 치부하겠다는 것으로 국회무시, 국민무시, 야당무시의 최악의 정권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충고에는 귀를 막고, 비판에는 멱살 잡고, 불통에는 끝이 없는 이 정권이 정국을 막장으로 끌고 가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2013년 11월 26일

민주당 공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