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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생각과 글/박용진의 생각

[박용진의 브리핑 막전막후(幕前幕後)] “새누리당 청년간부 특강에서 현충원 참배 언급했더니...”

“새누리당 청년간부 특강에서 현충원 참배 언급했더니...”
[박용진의 브리핑 막전막후(幕前幕後)]



얼마 전에는 새누리당 청년위원회가 마련한 청년간부연수에 가서 특강을 했다.

민주당 대변인이 새누리당 행사에 참여해서 특강을 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적진(敵陣)이라는 과도한 표현까지 등장하며 언론이 관심을 보였다.
 
강연회에 온 약 300여명의 새누리당 청년간부들은 대부분 중앙당 청년위원회 임원이거나 각 시도당 청년위원회와 지역위원회 소속 청년위원장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실상 새누리당의 젊은 심장들이었다. 청년이라고는 했지만 대부분 나와 비슷하거나 약간 나이가 많은 이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인 오신환 관악을위원장의 경우만 해도 나와 나이가 같았으니 내가 그들에게 무슨 인생의 교훈같은 이야기를 할 상황은 아니었다.
 
총선 대선 패배의 뼈아픈 반성, 정치불신시대 정당의 책임
 
처음 분위기는 볼펜 한자루만 떨어져도 300명의 눈길이 쏠릴 정도로 긴장된 느낌이었다. 민주당 청년당원 행사에 새누리당 대변인이 왔다면 가져볼만한 비판할 만한 거리를 찾겠다는 의지도 엿보였고 ‘어디 무슨 소리 하는지 들어보자’는 투의 느낌도 왔다. 웬만한 일에는 긴장하지 않는 나로서도 처음 5분 정도는 횡설수설했다.
 
강연은 지난 총선 대선에서의 패배에 대한 뼈아픈 고백에서 시작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유신공주, 수첩공주로 비웃었지만 결국 그 수첩공주에게 당한 것이다. 상대를 낮춰보고 깔보는 태도가 우리 패배의 이유이다.”
 
“내가 대변인이 되고나서 무려 8번째 당대표를 모신다. 그만큼 민주당의 리더쉽이 흔들렸다는 것도 국민이 민주당 믿지 못하는 이유이다.”
 
“정치불신이 정당정치의 불신을 낳고 정치의 무용론으로 까지 나가고 있다. 정치불신 초래한 면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공범이다.”
 
“정당정치의 혁신이라는 면에서 보면 새누리당 비판했던 김종인 등을 포용하는 등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뭔가 비전이 있고 확고한 철학이 있는 것 같아 보인 반면 민주당은 한미 FTA와 해군기지 등 주요정책에서 조차 좌충우돌하는 정당으로 보인 것도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 인사의 내부를 향한 자기고백에 청년간부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박정희 전두환 등 쿠데타로 권력 찬탈하는 불행한 역사는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과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질의응답을 통해 서로 날 선 입장 차이를 드러냈지만 “전직 대통령 현충원 참배” 문제와 “공감의 정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6·25 전사자 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뉴스1)
 
현충원 참배 문제 언급, 보수언론의 환영과 진보언론의 무관심
 
현충원 참배 문제는 몇 번 핫이슈였던 때문에 많은 언론의 관심이 있었다. 나로서는 이전부터 생각을 정리했던 문제였고, 이날 강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민주당이 이 문제를 털어내지 못하면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새누리당 청년간부들에게 제안하는 형식으로 이 부분에 대한 논쟁과 정리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 문제에 대해 환영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기사를 통해,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의미 부여를 했다. 그러나 이른바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진보매체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보수매체의 긍정적 반응보다 진보매체에서의 반박과 논쟁을 원했기 때문에 아쉽다.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새털처럼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이번엔 가느냐 안 가느냐?”는 식의 논란에 묶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뼈에 무슨 이념이 있느냐?”는 조금은 과한 표현을 통해서라도 쿨한 태도를 갖자는 것이 불필요한 부담을 덜어내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동의여부 상관없이 진보언론이 논쟁 만들어야
 
민주당 지지층에는 내 강연 행보와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트윗에 날아드는 부정적인 멘션이나 조롱과 비난의 목소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아쉬운 것은 진보성향 언론매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어 건강한 토론을 통해 향후 민주당의 행보가 보다 분명하고 가벼워질 수 있었던 기회를 만들지 못한 점이었다. 이른바 진보매체들이 박용진의 주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담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논쟁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이런 논쟁이라면 언제든지 성심껏 응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 지난 17일자 중앙일보 사설. 보수언론의 반응에 비해 진보언론이 논쟁을 제기하지 않는 태도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