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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속 박용진

박진감 18호 - 배달음식점 사장님들의 '아주 특별한 배달'


 

 

배달 음식점 사장님들의 '아주 특별한 배달'

 [경향신문] 어려운 이웃에 음식 제공하는 서울 ‘강북마을봉사대’

“천천히 많이 드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10일 오후 서울 미아동 ㅇ아파트 단지 안으로 울긋불긋한 배달 오토바이 10여대가 줄지어 들어섰다. 아파트 경로당에 도착한 이들은 이내 짐칸에서 음식을 꺼내 날랐다. 치킨에 자장면, 냉면, 토스트, 그리고 갖가지 전에 빵과 떡까지 푸짐한 상이 차려졌다. 50여명의 동네 노인들은 모처럼의 잔치에 여기저기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이정환씨(74)는 “노인들을 생각해주는 발상 자체가 너무 고맙다”며 “외지에서 살다보면 늘 고향생각이 나고 사람이 그리운데 젊은 사람들이 동네 어른들을 자기 부모처럼 챙겨주는 게 대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손마리아씨(75·여)도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니 힘이 절로 난다”며 “이런 일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이날 음식을 준비한 이들은 모두 강북구에서 배달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5월 지역봉사단체인 ‘강북마을봉사대’를 만들어 매달 2~3차례씩 지역의 노인정과 공부방 등을 대상으로 음식을 제공하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과 결연을 맺어 일대일로 후원하는 등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날은 이들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딱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안태환씨(32)는 “우리가 강북구 주민들 덕분에 먹고 사는 건데 받은 만큼 보답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서 동종업계 사장들끼리 뜻을 모으게 됐다”며 “처음에 9명으로 시작한 게 지금은 15명으로 참여 인원도 늘었고 빵집과 떡집, 분식집 등 참여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제안한 봉사대 회장 강세원씨(45)는 “앞으로는 조그만 음식점도 사회적 기업 같은 경영 마인드를 가져야 살아남겠다고 생각했다”며 “사회환원과 지역밀착이라는 두가지 주제를 우리가 하는 일과 연결시켜 고민하다 보니 음식봉사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20년 살던 강남 생활을 청산하고 강북에서 냉면가게를 연 강씨는 두 지역간의 문화적, 경제적 격차를 많이 느꼈다고 한다. “강남의 학교에선 외부 강사를 초빙해 전교생에게 단소를 가르쳐줬는데 여기에 오니 따로 음악학원에 다니는 아이를 빼곤 아무도 단소를 불지 못하더라는 막내 아들의 말을 듣고 놀랐었죠.”

배달을 다니면서도 가슴 아픈 적이 많았다. 임대아파트에 혼자 사는 노인이나 장애인의 집에 음식을 전해주러 갔다가 뒤치다꺼리를 해주고 돌아오기도 여러번이었다.

한눈에 봐도 살림살이가 엉망인 한부모 가정에 가면 아이들에게 살가운 소리 한마디라도 건네고 와야 마음이 놓였다.

강씨는 “앞으로 회원수가 많이 늘어나 일주일에 한번씩 꾸준히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대일 결연사업도 300명 정도까지 늘려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활동 초기부터 봉사대상 선정 등의 업무를 돕고 있는 강북마을학교 박용진 이사장(40)은 “영세업자들이 대부분인 모임에서 서로 바쁜 시간을 쪼개 자기가 가진 기술과 자본의 상당 부분을 이웃과 나누는 게 참 대단해 보인다”며 “자기 삶의 터전에서 지역공동체를 함께 생각하는 아름다운 나눔과 봉사의 정신이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