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용진의 하루/박용진의 오늘

구미로 가는 ktx 안에서 씁니다.

구미로 향하는 KTX 안입니다.

KEC 투쟁현장으로 가는 길입니다. 조승수 대표와 김은주 부대표가 그곳 농성장에 합류해있지만 힘을 더 보태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에 오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이틀 일정으로 현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온갖 위험한 물질들이 쌓여있는 곳에서 위태로움을 안고 자신들의 주장을 이야기해야 하고, 체포의 비겁함을 피해 자신의 몸을 불살라야 하는 오늘의 현실이 기가막힙니다.

기차의 창밖으로 번지는 가을 햇살은 눈부신데,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눈물겹습니다.

 

부대표로 역할을 시작한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막중하고 어렵습니다. 힘겨운 당의 재정과 여러 이유로 지쳐있는 활동가들을 마주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정이 잡혀 참석해야 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쫓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 모를 지경입니다.

 

당 대표단 선거기간 내내 당 대회가 결정한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을 위해 헌신하고 복무하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 실천을 조심스럽게 더듬기 위해 여러 토론회에 참석하고 당 안팎의 여러분들을 만났습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어제 만나뵈었던 단병호 위원장님의 말씀이 마음에 무겁게 남습니다.

“당위”로 이야기하지 말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한 경험을 넘어서는 분명한 내용과 지향을 밝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위원장님이 연구소 만드셨으니 그것을 연구하셔서 좀 가르쳐 달라고 책임을 떠넘겨 놨지만, 진보정치 일선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넘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고, 역량은 너무 부족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열심히 뛰고 부족한 부분을 열의와 열정으로 채워가면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지난 주 이사를 했습니다. 30년 넘게 살아오던 동네를 떠나 지역의 당 활동가들과 의논한 동네로 옮겼습니다.

오늘 아침 아이를 새로 옮긴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데 들어가지 않으려 떼를 쓰더군요.

기차 시간에 쫓기는 마음이 급한데, 아빠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의 몸부림은 쓰라렸습니다. 집을 이사하는 바람에 익숙하게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아파트 근처 놀이방으로 옮겼는데 영 낯선 모양입니다. 아빠의 필요에 의해 아이가 겪어야 하는 낯선 환경과 고생 때문에 기차가 출발한 지금도 마음이 쓰이고 미안합니다.

부대표로서의 역할이 커질수록 집에 더 늦게 들어가거나 못들어갈 일이 많을텐데 6살, 3살 어린아이를 키워야 하는 아빠는 미안할 뿐입니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모든 엄마 아빠들이 마찬가지이겠지요.

대부분의 우리 당원들이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이라서 비슷한 처지일텐데, 어쩌겠습니까? 틈나는대로 아이를 더 보듬어줄 수 밖에는...

 

구미에서 현장 상황 올릴 수 있으면 스케치해서 올리겠습니다.

그럼 곳곳에서 최선을 다해 활약하고 계시는 당원동지들의 행운을 빌면서 그만 노트북을 덮겠습니다.

 

** 제 옆자리에 계시던, 음... 활동가임이 분명해보이는 한분이 대전에서 먼저 내리시더군요. 저는 같이 구미 현장으로 가는가보다 했는데, 내리시면서 먼저 인사를 하시네요. 가방에 달린 전태일 버튼을 봤을때 제가 먼저 인사를 할 것을... 괜히 쑥쓰러웠던 제가 민망합니다... 통성명도 못했지만,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