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존중 복지국가.’ 정치인 박용진이 존재의 무대를 진보정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 옮긴 이유는 그것으로 요약된다. 그의 존재감은 민주당이 ‘통합’의 이름을 달 수 있었던 한 근거이기도 하다.
‘노동존중 복지국가’는 참 매력적인 말이다. 박 대변인은 이를 “교과서에서 노동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얘기하고, 학교에서는 근로기준법을 가르치고, 탈법적 사용주들의 문제에 저항하는 것을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회”라고 압축했다. “노동의 가치가 부끄럽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박 대변인이 하고자 하는 정치, 주장하는 노선의 핵심이다.
하지만 여전히 박 대변인의 얘기는 낯설다. ‘노동존중 복지국가’ 담론은 아직 민주당의 주된 슬로건이 아닐뿐더러 정국의 주변이슈도 못되고 있는 형편이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라는 작은 모임을 통해 이제 막 발을 떼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 대신에 민주당은 여전히 십 여 년 전의 계파 구도를 답습하며 ‘친노 vs 비노’ 프레임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정국은 한 달여째 통진당 부정 경선 파문에서 비롯된 ‘종북’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대변인 역시 바쁘다. 그는 현재 ‘노동존중 복지국가’는 잠시 미뤄두고, 그의 표현을 빌자면 ‘단타매매’라고 불리는 논평을 정치적 주업으로 삼고 있다. 여야의 첨예한 정치적 전선, 그 맨 앞에 서있다.
박 대변인을 만나 정국의 현안과 다가올 대선 그리고 그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진보정당의 문제에 대해 물었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당 밖과 내부를 비판하는데 차별과 사정을 두지 않았다. ‘진보정당 출신으로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주문했을 땐, 오히려 “남의 당 문제 보단, 민주통합당 신랄하게 비판 합시다”고 역제안을 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복잡한 시기에 제1야당의 ‘입’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보정당에서의 활동했을 때와는 많이 다를 것도 같다. 어떤가?
= 글쎄, 진보정당 때는 몰랐는데 여기도 중구난방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변인을 3개월 했는데, 3번째 대표를 맞고 있고, 내일 모레면 이제 4번째 대표를 맞는다.(웃음) 단적인 예겠지만 이 잦은 교체야 말로 민주통합당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리더십 형성이 잘 안 되어있다. 진보정당 시절에는 비록 그것이 과잉된 설정이긴 했더라도, 뚜렷한 지향과 공유되는 거시적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그게 없다. 호롱불이 될 만한 수준에서라도 거시 담론과 자기 지향이 부재하다. 그래서 가끔, 이런 정당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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