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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생각과 글/박용진의 논평

■ 로비와 관리 창구로 악용되는 사외이사 제도 이대로 좋은가

■ 로비와 관리 창구로 악용되는 사외이사 제도 이대로 좋은가

 

박재완 전 장관이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된 후 이런 저런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큰 걱정은 사외이사 제도의 악용이다.
삼성 편을 들거나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고위급 관료들의 삼성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위공무원들이 퇴직 후 가장 많이 재취업하는 기업은 삼성으로, 지난 10년 새 181건 이상이라는 언론 보도 또한 있었다.
삼성이 품질 관리 뿐만 아니라 사람 관리에서도 '관리의 삼성'임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재완 전 장관은 이사회 의장만이 아니라 삼성에서 거버넌스위원회와 감사위원회의 위원장도 겸직하고 있다.
그리고 2009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김지형 전 대법관은 현재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대 국회에서 삼성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삼성생명법 통과에 반대했던 박대동 전 의원은 삼성화재 사외이사가 됐다.
또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삼성생명 사외이사, 노민기 전 노동부 차관은 삼성 SDI 사외이사를 맡으며 삼성맨으로 변신했다.

 

사외이사 제도를 로비나 관리창구로 악용하는 이와 같은 행태는 비판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삼성은 얼마 전 삼성 계열사들의 준법경영을 감시하기 위한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준법감시위는 삼성 계열사의 부당한 내부거래 의혹 인사들의 선임에 대해 지금까지 일언반구하지 않고 있다.
삼성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만들어진 준법감시위가 로비 창구로 전락된 사외이사 제도에 대해 일침조차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무슨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사외이사 제도에 대해 그리고 삼성의 미래를 위해 내부 변화와 함께 처절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