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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하루/박용진의 오늘

[190808] 여름, 책을 읽고 드는 단상.- 상식이 이겨야 성장이 가능하고, 고름을 짜내야 새살이 돋습니다.

 

여름, 책을 읽고 드는 단상.

- 상식이 이겨야 성장이 가능하고, 고름을 짜내야 새살이 돋습니다.

최근 연달아 읽은 책이 이렇습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대변동>, 조정래 <천년의 질문>, 대런 애쓰모글루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등입니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제가 든 화두는 하나였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외부적 시련과 내부적 위기를 어떻게 견디고 극복해 성장과 번영의 길로 갈 것인가?” 였습니다.

세 책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그것에 대한 해답을 이야기 하는데, 제 눈에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은 어떤 정치체제인가, 즉 어떻게 해법을 둘러싸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통합적 정치시스템을 만드는가 였습니다.

결국 정치의 역할이고, 그 역할을 감당하는 정치인의 선택과 책임감이 몹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핀란드, 독일,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칠레, 미국 등의 국가가 위기에 맞서 어떤 선택을 하고 변화를 이뤄나갔는지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대변동>이나,

재벌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 언론, 법제도가 어떻게 왜곡되고 위기에 빠지게 되는지 그리고 그 해법이 어떤 것인지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는<천년의 질문>,

포용적 정치 경제 체제를 구축한 국가는 번영의 길에 들어서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는 결국 실패에 이르게 된다는 단순하지만 몹시 중요한 결론을 700페이지에 걸쳐 방대한 역사적 사건과 자료를 분석하고 논증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모두 많은 숙제를 남기는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국가는...>이라는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우리사회가 재벌체제를 극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임을 상기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포용경제체제’란, 구성원에게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효율적 경쟁과 합리적 선택과 혁신이 보상받는 시장경제체제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 내고 보장하는 다원주의 민주정치체제가 필수적입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해 포용적 경제체제로 출발했습니다. 또한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극복하고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포용적 정치 체제도 어렵사리 구축해 왔습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겉모양과 다르게 한국사회 안에 포용적 체제를 위협하는 강력한 세력이 존재합니다.

중소기업, 벤쳐기업, 혁신기업의 창의와 도전, 혁신성을 짓누르는 강도적 갑질,

경쟁을 배제하고 시장의 합리성을 왜곡하는 독점질서,

시장의 룰을 어기고, 투자자를 속이고,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반사회적 특권 특혜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겉만 포용적인 경제질서의 절대주의 권력인 재벌총수들과 겉만 민주적이고 속은 일부 친박 엘리트 계층이 장악한 정치의 절대권력이 결탁한 정경유착의 최악의 정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몰락했던 것입니다.

포용적 체제 안에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되는 “착취적 질서”(저자의 표현입니다.)가 꿈틀대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었죠.

국민들이 나선 촛불혁명은 이 구멍난 한국경제와 정치체제의 위기를 경고하고 탄핵한 것이고, 국민들은 우리사회의 번영과 성장을 방해하는 이런 절대권력의 결탁과 전횡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일부에서 재벌을 옥죈다, 기업을 괴롭힌다며 경제위기를 이야기 합니다. 다시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한국경제가 처한 진정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당장의 어려움을 핑계로 위기의 근본적인 이유를 방치하고 부추겨서 더 큰 화를 자초하는 일입니다. 이런 태도는 더 나아가 포용적 경제체제를 뒤흔들고 자칫 민주적 정치체제를 위협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봤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생명인 경제의 성장과 우리의 심장인 민주정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조차 이런 착취적 관행과 인적 네트워크에 우리사회가 맞서야 한다는 사실을 <국가는 왜...>라는 책의 저자는 명확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여기서 주저앉을 것인지, 확고부동한 선진국의 길을 갈 것인지 중차대한 갈림길입니다. 안팎으로 위기와 도전이 겹치고 있는 이때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벌총수의 일탈과 대기업의 시장질서 훼손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해 눈감아 주자는 일부의 뻔뻔한 주장들을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주장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렵더라도 지금 고치고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5만달러 경제 성장도 선진복지국가를 만들 민주적 정치체제 구축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경제질서를 훼손하는 중대범죄를 저지르고도 그저 재벌총수라는 이유로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사회라면 어느 국민이 법을 지키고 정부와 법의 정의를 믿으며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겠습니까?

혁신과 성장 둘 다 이루는 것은 다름 아닌 공정과 정의인 것이다.

책을 읽고 가볍게 쓴다는 것이 그만 길어졌습니다.

세 권의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충실한 정치인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특히 정치인들이 여야,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선택과 변화를 감당해 가야 한다고 봅니다.

부디 국민의 상식이 이기는 세상으로 함께 가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