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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생각과 글/박용진의 생각

심재철의 누드사진, 예술작품 감상이냐? 국회에서의 음란행위냐?


- 개인적인 글임을 전제로

 

나는 심재철 의원에 대한 논평은 이미 지난 일요일 오후에 했다.

또 어제 정성호 수석 대변인도 비판 논평을 냈고, 오후엔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기자회견도 있었다.

따라서 이 글은 논평이 아닌 박용진 개인의 글이다.

 

 

- 특종에 괴로워하는 오마이뉴스 기자들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심재철 의원의 본회의장 누드사진 감상 사진을 보도한 특종을 한 셈인데도 그들은 특종을 놓고 힘들어하는 표정이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것 아니냐, 국회 본회의장 컴퓨터가 아닌 개인 스마트폰으로 본 것인데 거기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는 모양이다.

<오마이뉴스> 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착해 빠진 기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 무겁게 생각하지 말라고 오히려 내가 기운 북돋아야 했다.

역지사지. 비슷한 일을 보도할 때 보수 인터넷 매체들과 언론들이 보여준 마녀사냥식 보도를 잘 기억하는 나로서는 <오마이뉴스> 기자들의 착함이 안타까워 보였다.

 

- 심재철과 한나라당의 잣대는 어땠나?

 

김광진 의원의 20대 시절 트윗 몇 개를 문제삼아 마치 국가변란이라도 난 듯 맹공을 퍼부어댄 새누리당의 당시 중앙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심재철 의원은 선대위 회의에서 "'김막말'(김광진) 의원의 이야기를 좀 하겠다"며

"김막말 의원은 20대 때는 부모의 도움으로 돈자랑이나 하면서 여자를 넘보는 속물근성에 쩔었다가 30대는 짧은 지식인지도 모르고 내뱉다가 막말이나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전통을 자랑하는 야당 의원이란 사실이 참으로 황당하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2030' 대표랍시고 민주당의 (청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노무현 정권 실패의 책임자인 문재인 후보가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대통령을 꿈꾼다면 읍참마속의 리더십 보여야 한다"

고 이야기 했다. 민주당과 문재인 대선후보에게 김광진 의원에 대한 징계와 의원직 사퇴 등을 요구한 것이다.

이종걸 의원의 ‘그년’ 트윗 관련해서는 어떻게 잣대를 들이댔을까?

그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 의원의 이번 언행은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 정치의 질을 떨어뜨리고, 정치인의 품격을 훼손시킨 저속한 행위"라며 "박근혜 후보와 전 국민, 정치권에 사과하고 자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파급력이 커지고 있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공간의 건전화에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물을 흐렸다"면서 "네티즌에게 구차하게 변명하지 말고 솔직하게 사과한 뒤 당분간 SNS 활동도 자제하라"고 지적했다.

이종걸 의원에게 심재철 의원이 한 비판은 지금 그가 처한 상황에서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누드사진을 감상한 그의 처신이 “대한민국 정치의 질을 떨어뜨리고 정치인의 품격을 훼손시킨 저속한 행위”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누가 카톡을 보내줘서 뭔가 하며 봤다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아 더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자신이 이종걸 의원에게 내놓은 권고를 스스로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 누드는 예술이고, 인간의 몸처럼 아름답고 숨막히는 걸작은 없다.

 

나는 사실 심재철 의원이 누드사진을 본 것에 대해 비판할 생각이 없다.

인간의 몸을 두고 음란행위와 예술행위의 구분을 짓는 일이 쉽지 않을뿐더러 누드사진을 찍거나 그리는 예술가들, 그리고 예술을 위해 몸을 드러내는 모델이나 영화배우들에게 누군가 이 예술행위를 봐달라는 기본전제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보는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 대부분 누드사진 한번씩 보지 않은 이가 없고 누가 뭐래도 인간의 몸처럼 아름답고 숨 막히는 걸작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외도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아내에게 혼나러 가야 한다”며 쿨하게 기자들을 물린 일본 우익 정당 오사카유신회의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의 뻔뻔함 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술작품 감상이 뭐가 문제라고 사적공간에 카메라를 들이대느냐!”고 했다면 그의 변명을 인정하고 그의 편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 스스로 부끄러운짓이라면 책임져야 할 뿐이다.

 

그런데 심재철 의원은 누드사진을 본 자신의 행위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김광진 의원이나 이종걸 의원에게 그가 들이댔던 잣대가 생각나서 부끄러웠을 수도 있고, 정부조직법 통과를 위해 날치기 불사,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부르짖던 사람이 정작 그 법이 통과되는 본회의장에서 누드사진을 보고 있었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부끄러웠을 수도 있다.

이유가 뭐든 그는 핸드폰을 꺼두고, 최고위원회에도 불참했다.

사실상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부끄러운 짓을 했다면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그 스스로 예술행위 소비자가 아닌 관음증에 가까운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반성과 책임을 질 것인지 말해야 한다.

 

-  결론은 이렇다.

 

어제 아침 회의에서 나는 강경파 입장을 취했다.

최근 다른 여러 사안에서도 강경모드가 필요하다고 지도부에 건의했다.

이종걸, 임수경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김광진 의원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고 매타작에 가까운 공세를 해댔던 새누리당. 국회 본청앞에서 집회를 열어 이종걸 의원을 공격하던 새누리당의 태도가 생각나서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여성의원들의 기자회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지만 왠지 다들 시들하다.

뭐 그럴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비슷하거나 더 작은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 김광진 이종걸 임수경 의원의 사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조직적이고 광범하게 진행한 공격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본다면 이번 심재철 의원의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의 분명한 태도를 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이렇다.

<오마이뉴스> 기자들은 미안해 할 것 없고, 민주당은 좀 더 분명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최고의원이 같은 일을 했을 경우 일부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했을 지 ‘역지사지’하면 될 것이다.

심재철 의원이 다신한번 자신이 과거에 들이댔던 잣대를 들어보고 스스로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도록 할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