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 기엊 총수들의 상법 '3%룰' 개정 논란은 지나친 '엄살'
▣ 기업 총수들의 상법 ‘3%룰’ 개정 논란은 지나친 ‘엄살’
<문재인3법>, 즉 ‘공정경제3법’이라 불리는 법안들 중 상법 개정안에 있는
“3%룰” 개정을 둘러싸고 입법 전선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글을 써 봅니다.
상법에 있는 ‘3%룰’이란,
기업이 감사위원회 위원과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현행 제도를 말합니다.
즉, 이번 기회에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현재 있는 제도입니다.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이후 우리사회의 반성이 도입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업들이 어이없는 투자와 영업행위 결정을 하는 이면에 대주주의 결정권한이 너무 크고 이를 견제하는 합리적 장치가 없는 탓에 기업이 도산하고 주주 등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는 일이 많았습니다.
대주주의 무능력과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과 그룹이 위기에 빠진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금호그룹은 총수가 무리한 욕심과 판단으로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높은 가격으로 인수하여 그룹 전체가 날아갔고, 두산그룹은 형제들과 그 일가의 경영하면서 두산걸설에 대한 무리한 지원으로 그룹 전체가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총수일가의 사익을 위해 계열사가 동원되고 이사회가 앞장선 삼성그룹이 겪는 불법논란과 총수 자녀들의 전횡으로 어려움에 빠진 한진그룹의 경우는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에 대주주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감사위원 선출에서만이라도 이를 좀 제한하자는 취지로 상법에 도입한 조항입니다.
즉, 우리 사회가 합의했고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완비한 내용이죠.
그런데 위의 문제점을 보인 그룹에서 이 총수일가와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해야 할 감사위원들은 무엇을 했었나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현행 “3%룰”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가 들여다보니 현행 방법은 대주주의 입김이 작동하는 사외이사 선출을 먼저한 뒤, 이 사외이사들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만 “3%룰”을 적용하기 때문에, 총수와 친한 사람중에 감사위원이 선출되는 것입니다.
총수를 견제하라고 3%룰을 만들고 적용했는데, 적용 과정이 이렇게 왜곡되어 사실상 “3%룰”이 무력화된 것입니다. 하나마한 입법을 한 것이죠. 입법과정에서 이른바 재계의 입김이 작동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입법 논의 과정에서 우리당도 조심해야 할 지점입니다. 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제도의 껍데기는 만들고 알맹이는 빼버리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입법을 해서는 안됩니다.
또, 현재는 이사와 사외이사, 최대주주의 기타주주, 2조원 이상의 상장사를 구분해 일부 완화 된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 구분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도리어 불필요하게 복잡해서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있어왔습니다.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자는건데 복잡하게 따질 이유가 없으니까요.
우리사회가 정당이든, 친목회든 감사를 두는 이유가 그 모임을 망하게 하자는 게 아니듯이 기업의 감사 역시 기업의 합리적 행위를 위한 장치인 만큼 대주주 즉 총수 일가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를 무력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 “3%룰”이 해외투기자본의 경영권 장악, 기업공격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근거없는 과잉엄살입니다.
우선 ‘해외투기자본’이라는 존재가 불분명합니다. 엘리엇, 소버린 등을 이야기 하는데 그들을 법에서 어떻게 규정하고 규율할 겁니까? 주식을 사고 조용히 있으면 선량한 투자자이고 주총에 참여하거나 경영에 의견을 내면 투기자본으로 규정하겠다는 겁니까? 한진칼 경영권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행동주의펀드를 선악으로 구분할 수 없듯이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행동을 ‘애국심마케팅’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총수와 그 일가가 기업을 잘 운영하고 이익을 제대로 나눠 갖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엘리엇, 소버린 등의 경영개입으로 해당 기업들의 주주배당성향이 좋아지고 지배구조가 탄탄해지거나 투명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저는 재계에서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주장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펼치는 근거없는 엄살 논리에 우리가 시선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정부의 상법 개정안을 비롯한 <문재인3법>은 우리 경제의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한 뒤늦은 제도정비 과정입니다. 특히 상법은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서 우리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이고, 특히 3%룰을 정비하는 것은 불공정, 불합리를 합리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고, 더불어민주당이 오래전부터 당론발의해왔던 일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어금니 꽉 물고 이번 법개정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3법의 통과가 문재인 정권 최대업적이 되리라는 생각입니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