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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하루/박용진의 오늘

민주당의 ‘입’, 박용진 최장수 대변인의 퇴장

민주당의 ‘입’, 박용진 최장수 대변인의 퇴장


(손성태 정치부 기자, 국회반장)

“‘역사 잃은 지혜는 잔꾀로 흐르고, 민심 없는 정치는 술수로 흐른다’는 말을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민주당의 ‘입’으로 통했던 박용진 대변인이 당의 홍보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 말이다. 2012년 3월부터 새누리당 ‘저격수’로, 때론 힘없는 야당의 ‘방패막이’로 생활한게 2년 남짓이다. 통상 1년을 넘기지 않는 관행에도 불구, 대변인 생활을 2년 가까이 한 것은 당 지도부가 ‘촌철살인’하는 그의 논평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가 대변인으로 모신 당대표만 김한길 대표를 포함해 8명에 달한다. 예전 민주노동당까지 포함하면 대변인 직함을 단 햇수가 9년으로 대변인업계의 산증인이라 할 만하다.

박 대변인은 1990년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하면서 학생운동을 시작했다.1994년에는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을 주도하면서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곧바로 서울 강북(을) 지역구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해13.3%의 득표율을 거둬 나름 파란을 일으켰다. 2008년에는 민주노동당에서 분당한 진보신당 후보로 두번째 출마를 했지만, 원내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같은 민주노동당 전력은 이석기 내란음모혐의가 불거진후 보수진영의 공격 빌미가 되기도 한다. 그는 별로 괘념치 않는 것 같다.

“좌(
)냐 우()냐” 는 흔히 받는 질문에 서슴치 않고 “좌”라고 말하면서, 진보정치인의 길을 묵묵히 걷겠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기자가 박 대변인을 사석에서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8.15 광복절께. 점심식사를 마치고 국회의사당 기자실로 돌아오면서 독도문제 등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를 화제를 삼았었다. 초면의 서먹함을 풀기위한 주제였는데, 그는 정색하고 말했다.

“일본은 수십년에 걸쳐 꾸준하고 치밀하게 역사왜곡을 자행하고 있는데, 한국은 3월1일과 8월 15일 두번만 연례행사처럼 지적하면서 방조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 나서 민주당 국회의원 몇이 야스쿠니 신사앞에서 항의시위를 했던 ‘퍼포먼스’에 대해 전형적인 ‘알리바이 정치’라며 비난했다. 비록 오프더레코드(비보도) 조건이긴 했지만, 대변인이 당 중진의원들의 일본행을 이렇게 폄하해도 되나..다시 한번 그를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새누리당 의원치고 그에게 공격받지 않은 의원이 없고, 그의 논평은 서슬이 퍼렇다. 9년 가까운 대변인 생활로 쌓인 내공덕에 ‘뱃지’도 없는 그가 상대당 대변인 두세명 분의 전투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듣는다. 

민주당 등 야당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해 6월 새누리당 청년간부연수에서 특별강사로 나서 민주당 지도부의 현충원 참배를 ‘쿨’하지 못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가 현충원에 참배할때 김대중 묘소는 참배하고 이승만 박정희 묘소는 외면하는 것을 두고 “뼈에는 이념이 없다”는 스페인 파시스트 독재자 프랑코의 말을 인용하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국의 민주주의자 진보주의자들이 상대진영에 참배했던 파시스트 프랑코보다 ‘쿨’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등에 따른 여야 대치상황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김기춘 비서실장 중심의 청와대 권력구조를 비판하면서 ‘기춘대원군’이란 논평을 냈다. ‘훙선대권군’을 패러디한 ‘기춘대원군’이란 용어는 국정감사기간 내내 핫 이슈가 됐다. 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통령의 불통논란에 대해 “자랑스런 불통”이라고 말하자, 역사장 가장 짧은 한 자 논평 ‘헐~’을 내놓기도 했다.

새누리당 대변인들의 날선 공격에 대해 “대변인 업계에도 금도가 있다”며 에티켓을 강조하곤 했던 그에겐 명대변인들은 누굴까. 그는 주저하지 않고 박희태, 박상천, 박지원, 손학규, 이계진, 이낙연, 우상호 등을 명대변인으로 꼽았다.

박 대변인은 “선배 명대변인들은 물 같이 흘러 상대를 벨 실력이 있었고 비판당한 상대조차 고개를 주억거리며 인정하게 만드는 깊이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용진이 어떤 반열에 오를지는 후배 대변인들이 평가해 줄 것이다.(끝)